머릿속에 바람개비가 돌아간다.
서로 아르릉대며 자릴 바꾸는 해와 달은 엎치락거리지만
고르지 못한 고양이의 이름의 빈자리는 그 자리에 있다.
어느 추운 겨울날의 저녁 속에 멈추어 선 나와 같이.
귀를 통해 흘러 들어오는 소리는 점차 다양해지는 듯 했다.
모른체 지내왔던 세계의 귀퉁이에서 새로운 사람들의 인사가 늘어갔다.
남자, 여자, 아이와 어른, 아니지 상관없었다.
애초에 그런 중류의 의미는 항상 없어왔다.
연습과 경험의 대상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나는 연신 탄성이었다.
알고 있던 이름인가 그렇지 않은 이름인가
그런 애매모호한 의문은 내 머릴 저리게 하는데 성공했다.
수명의 촛불을 부는 입술의 떨림처럼 나는 한껏 전율과 다툴 수 있었다.
하지만 어느 한밤중의 나는 삭막하다.
늘어난 이름들은 길어진 손톱이라도 된 것처럼
자꾸 나를 할퀴고 긁어 파낸다.
정신을 차리기 전까지 피와 진물이 나는가 싶었더니
어느새 희뿌연 뼈를 깎아내는 참이다.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 늘어났다.
다시 말해, 기대치가 늘어났다.
수억의 아스피린 잔을 들이킨 듯 위장이 녹아내린다.
약속의 몇시간 전임에도 용맹한 고독이 날아든다.
홀로
비가 그쳐버린 언덕을 질주하고 있다.
아무도 마실 공기를 뱉어주지 않는 폐허다.
머릿속에 바람개비가 돌아간다.
면면마다 각기 다른 이름이 붙어있지만
결국 그 전부가 가르키고 있는 웃는 얼굴은 한 사람의 것이다.
진공의 속에서 회전하는 후회의 시스템에서
현실과 완벽하게 다른 꿈에서 깬 해수가 솟는다.
비참한 것은 너가 안아주지 않는 몸뚱이가 아니라
안아주던 온기를 잊어버렸을 기억.
그리고 매일 물을 주는 화초에 너의 이름을 붙이길 저항하는 아침.
아무의 시선도 받지 않는 공기와 같은 내 시선의 끝에 자리잡은
구름색깔 네 어깨의 기분은 어떠할까.
# by 크리 | 2009/09/26 00: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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