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한눈을 팔면 불도 켜지 않은 방에 가득한 그림자가 비웃는다.
잔뜩 심호흡을 하고 왼가슴을 문질러 본 다음에 집중과 또 집중.
한낱 저주와 욕으로만 읽어지는 텍스트조차도 내게는 로열 젤리.
먼 곳의 물은 내가 현실과 대립하는 것만큼 나를 배척한다.
여행 도중과 여행의 끝자락에서 아파오는 배를 움켜쥐는 건 흔한 일이다.
집으로 돌아와서 가장 먼저 한 것은 얼마나 오래 냉장고에 방치된지 모를
물병을 비우는 일이다.
몇시간동안 내가 겪은 일이 단꿈처럼 스락 지나간 후
눈을 뜨며 아직 뛰는 가슴을 확인하는 일상으로 돌아온다.
이를 닦고 나온 곳에 짙고 검은 테의 안경이 보인다.
나는 안경이 필요할 정도로 눈이 나쁘지 않다.
나는 안경이 없으면 불편한 사람의 목록을 떠올린다.
나는 그 목록 안에서 그 사람을 발견한 후에
다시 이를 닦아야만 하는 처벌을 달게 받는다.
습관이 너무 잔혹하다.
비록 비위가 강한 것은 아니었지만 여태껏 토하는 것이라고는 몰라왔다.
도중에 며칠, 단 며칠만에 나는 손쉽게 그 습관을 터득했다.
조금만 스트레스가 쌓이면 배 속이 요동친다.
그 날 이후로.
자주 먼 곳으로 여행을 다니다보면
타지의 물에도 뱃속이 습관을 들이지 않을까는 착한 생각을 한다.
그래서 더 식욕이 없는 날들을 보내고 있을런지도 모른다.
누구든 어디든 겉으로만이든 나를 환영하는 곳을 찾는다.
집중해서 텍스트를 읽지 않으면 금새 나쁜 습관이 나를 괴롭힌다.
아이운 스톤같은 잡념들이 무방비한 내 주위에 가득하다.
따지고 비평하고 반성하고 포장해온 과거는 다행스럽다.
사소한 것부터 진지한 것까지 어느 것 하나 쉽게 보내지 않을 수 있다.
잡념이 나를 훼방하지 못 하도록 나를 지키는 방패가 되었다.
화초에 물을 주러 잠깐 자리를 비운 동안 종이에 써 둔 글이 번졌다.
파란 잉크가 물방울 하나만큼 둥글게 나무 뿌리가 되었다.
벌써 칠월, 그의 기억 속에 있을 내 고유성은 잉크처럼 흐려져 버렸을테고
나는 양을 세던 밤의 나와 진득한 사랑을 나누느라 현실에서 눈을 돌린다.
습관이 너무 잔혹하다.
# by 크리 | 2009/07/02 00: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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