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사랑을 그린 그림을 보다.
어느 이별을 말한 소리를 듣다.
여느때처럼 잠깐 웃고 잠깐 울고나면 내 눈은 냉큼 나로 간다.
금새 바뀌는 마음과 잠깐 변하는 생각처럼
내 손끝에서 나오는 글자는 비겁하게 초라하다.
빨간 얼굴을 수없이 더듬어 보지만
초록달을 연거푸 매만져 보지만.
오지않던 그 이름을 보았을 때 내가 마음먹은 것은 만용.
닫은 마음, 좁은 추억, 변한 이름, 바뀐 주소,
조용한 대답 속에서 나 아닌 곳의 바람은 체념일텐데.
면전에서 타인을 욕할 수 있다는 표현주의는 냄새나는 포장.
얼마나 나는 내 세계를 꺼내놓는데에 주저를 하는건지.
매순간 솔직한 것을 보여줄 때에 분장을 하는 망설임.
거짓을 막는 그들의 방패와 마음을 헤치려는 칼 사이를
모두 알고 있다는 핑계덕분에 겉과 속이 달라지는 이름.
잘 만든 요리를 먹으며 배가 불러 채찍질을 못 하고
요리사의 갈라진 손끝을 보며 값 싼 존경을 꺼내고.
내가 보상받고 싶은건 과거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
거울로 된 가면을 쓴 채로 나를 붙잡고 놓치 못 한다.
내가 꺼내려는 진실을 내 손이 통제할 수가 없는 현실에
출구도 없고 길마저 끊어진 미로 귀퉁이에서 붕괴한다.
나를 그리는 손과
나를 부르는 목이
더 없는 열등감 안에서 비참하다.
# by 크리 | 2009/06/15 00: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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