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失戀
그는 늦은밤에도 잠을 이루지 못 했다.
미지근한 연기를 뿜으려 나가려던 눈이 내 멀쩡한 다리로 슬그머니 다가왔다.

"잠깐 걸을래?"

둘은 빈 손으로 강가를 따라 걸었다.
때론 아래로 혹은 위로.
가까운 사람보다 먼 사람을 위한 조명사이로 우리가 도달한 곳은
다시 되돌아가야 할 반환점이었다.

반응과 반응 사이에서 나는 거울을 보는 기분을 느꼈다.
짧건 그렇지 않건 얕았건 깊었건 그것이 중요한 순간은 아녔다.

어느 여름밤을 떠올리며 나는 무모한 용기를 낸다.

다음날, 몇시간이나 걸려서 찾아간 그 곳에서
내가 만난 것은 처음 보는 남자의 입에서 나온 결정적 증거.
일년도 전에 떠났다는 사악한 진실.

산책길 위의 나는
애인 곁에서 친구 곁으로 또 홀로
달콤한 밤에서 역겨운 한낮으로
겨우 입꼬리를 만들던 얼굴을 밀쳐내고.

익힌 양파마저 쓰다 느끼는 혀로 백설탕처럼 말을 꺼내느라
북극같은 눈물을 비벼내며 한참은 앉은 채로 방황한다.

어제는 점점 또렷해지고
오늘은 안개처럼 몽롱한 가운데 얼음의 외투를 두르고 우두커니 내일로 간다.
# by 크리 | 2009/06/11 00:35 | 영혼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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