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다고 징징대는게 얼마나 몹쓸 행위인지 잘 안다
안 아픈 사람을 아프게 만들고 아픈 사람을 더 아프게 만든다
마치 새로 나온 보험상품처럼.
발은 무겁고 눈이 흔들린다.
경적소리가 행복하지 않은 도시의 어느 한 곳에서
나는 입보다 빠른 손을 놀리면서 꿈의 세계에서 끌어올린 실뭉치를 헤집어본다.
나는 누워있었다.
처음 보는 풍경과 처음 듣는 시계소리 속에
나는 이제 익숙과는 점차 멀어져가는 얼굴을 보았다.
그가 무어라고 속삭였더라.
눈을 뜬 후 가래가 끓는 목을 물가에 내 놓기전까지만 해도
나는 약간 황홀하고 조금 단맛이 도는 그 말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침을 뱉고 손을 씻고 거울을 보는 순간
벗어나지 못한 현실이, 내게 없는 그의 조각이 빚은 폐품을 발견한다.
무거운 발과 흔들리는 눈이 벌어다 준 하루는 신음소리로 가득했는데
거기에 있었던 건 감기에 걸려서 휴식을 얻은 내가 아니었지.
눈을 감고, 실뭉치를 들고, 다시 갈 수 없는 곳으로 가길 바라는 여행객이
이제 쓸 수 없는 티켓트를 들고 끙끙 앓고 있었을 뿐.
영원히 얻을 수 없는 감기의 면역성마냥
영원히 그렇게 될까봐 두려웁다.
# by 크리 | 2008/10/18 23: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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